턱걸이 story

40대 아줌마의 턱걸이 0개에서 18개까지! 그 과정과 후기

Ironmam 2025. 1. 1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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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걸이가 별건가? 매달려서 철봉 위로 턱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까이꺼…

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안 올라가지?

그런데 막상 철봉에 매달려보니 발이 땅에 뿌리를 내려 깊숙이 박힌 것 같더군요. 그 무엇도 미동도 하지 않았죠. 움직이는 것은 바람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뿐이었습니다.
 
그것이 나의 턱걸이 첫 경험이었습니다. 
턱걸이… 철봉을 잡고 올라가서 쇄골 찍고 도로 내려오면 되는 단순한 운동. 하지만 이걸 다시 해석하자면, 양손으로 50kg가 넘는 내 체중을 손등과 쇄골이 동일한 높이가 될 때까지, 팔이 완벽하게 접힐 때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는 땅에 놓여있는 50kg를 허리까지 들어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죠. 땅에 발을 박고 전신으로 중량을 들어 올리는 것과 공중의 봉을 잡고 상체로 체중을 끌어올리는 것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올라가기는커녕 철봉을 잡고 매달려 있는 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인정해야 했습니다. 내가 무지했구나. 

 

데드행

하염없이 매달리기

그래서 매달리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냥 철봉을 잡고 축 늘어져서 매달려만 있었습니다. 10초, 20초... 시간을 늘려갔습니다.


점프 턱걸이

그다음에 시작한 것은 점프 턱걸이었습니다. 
점프 턱걸이란? 자력으로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니 점프로 올라간 후에 내려올 때만 등으로 버티면서 천천히 하강하는 동작입니다. 네거티브 턱걸이라고도 하는데 저는 사실 이 네거티브 턱걸이보다 밴드 턱걸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점에서는 ‘등으로 버티면서 천천히 하강’ 이 어려울 테니까요. 천천히는커녕 그냥 중력가속도로 냅다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당시 풀업밴드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봉 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대략 0.01초.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죠. 악력도 등근육도 없을 뿐 아니라, 보조해 줄 수 있는 팔근육, 어깨 근육도 없었으니까요.
 

밴드 턱걸이

참고로 밴드 턱걸이란? 턱걸이 밴드를 철봉에 걸어서 밴드의 장력의 보조를 받으면서 턱걸이를 하는 훈련법입니다. 결코 빼서는 안 되는 과정인데 저는 존재를 몰라서 이 과정을 빼먹었네요. 


탑홀딩

등판에 나의 염원을 담아서

점프 턱걸이만 대략 만 번!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니지만 하루에 수행한 횟수와 세월을 계산하니 대충 그 정도 추산이 나오더군요. 그랬더니 비로소 제대로 된 네거티브 턱걸이가 가능해졌습니다. 등으로 버티면서 천천히 하강하는 그 동작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더불어 봉 위에서 턱을 띄우고 매달리기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즉 탑홀딩이 가능해진 것이죠. 이후로는 데드행, 네거티브 턱걸이, 탑홀딩 이 3가지 동작만 하염없이 했습니다. 
 
이때쯤 이런 말을 들은 거 같습니다. 
 
"턱걸이 그거 여자들은 못해. 20대 여성 트레이너들도 못 하는 사람 많아. 근데 너는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는 40대잖아.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니가 괜히 실망할까 봐 하는 말이야.“
 

너는 운동을 업으로 삼은 사람도 아니고,
체대 출신도 아니고,
나이도 많은 아이 둘 엄마니까
못 할 것이다.
턱걸이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그래요. 뭐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그 아무나 못한다는 뜻이 아무도 못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드디어 한 개 성공하다!?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딱 한 개!!! 올라갔습니다!
물론 팔을 다 펴고 올라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점프의 도움을 조금 받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니 명백히 말하면 제대로 된 턱걸이라고 할 수도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자력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기뻐서 날아다녔습니다. 동네방네 자랑했죠!!

그리고 다시 한 달 후 점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올라갈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등은 잘 쓰지 못하고 승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으며 코어 힘 부족으로 몸통이 시계추처럼 흔들렸죠. 그래도 바짝 올라가 있던 어깨는 다소 진정되었습니다. 


턱걸이 3개까진 금방 올라가네?

사실 턱걸이는 한 개 만들기가 제일 힘듭니다. 
일단 한 개 올라가면 그 뒤로 어느 정도까지는 쑥쑥 올라갑니다. 더불어 자신감도 쑥쑥 올라갑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함부로 상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턱걸이 20개 하는 지금도 상탈은 함부로 안 하는데... 그때는 훌렁훌렁 벗어제꼈습니다.
 
 

턱걸이 6-7개?!

드디어 턱걸이의 주도권이 팔에서 등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깨도 많이 내려갔으며, 승모도 꽤 진정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등 중앙에 골이 파이기 시작했고, 시계추 같던 몸통도 다소 고정되었습니다. 주권이 등으로 넘어가면서 코어도 자기 역할을 시작한 것이긴 한데… 사실 지금도 정신줄 놓으면 몸통이 흔들리는 걸로 봐서 코어는 아직 먼 거 같습니다. 


턱걸이 8-9개 돌파!!

이때부터 자세를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성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성공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턱걸이 부심이 생긴 거지요. 나 자신이 매우 잘하는 거 같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툭하면 저런식으로 등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근육만 보면 웃음이 나왔습니다. 더불어 거울만 보면 근육에 힘을 주는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이랑은 지금도 친구입니다.


턱걸이 10개!! 두자리수 진입!!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턱걸이

인간이 점점 미쳐갔습니다.
안이고 밖이고 봉만 보면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이두와 삼두가 두꺼워지고 전완근이 선명해졌으며 광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맘때쯤 이두와 삼두를 짜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근육을 짤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꽤 익숙합니다. 


턱걸이 12~13개!?

턱걸이하는 손

더 이상 운동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니게 됩니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턱걸이를 잘하기 위해서 체중 감량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등근육을 만들기 위해 턱걸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턱걸이를 하기 위해 등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먹으면 살이 찌겠지? 가 아니라 이걸 먹으면 내일 턱걸이 하나 줄겠지? 이 생각으로 식단을 했습니다. 굶으면 살 빠지겠지? 가 아니라 굶으면 근손실 오겠지? 이 생각으로 먹었습니다. 이때부터는 '넌 못할꺼야.' 가 아닌 ‘적당히 좀 해라.’ 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맘때쯤 광배를 뽑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전까지는 이게 뽑히는 건지도 몰랐습니다. 동시에 전완근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슴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운동하는 분들 그 가슴 움찔움찍하는 그거요. 


턱걸이 15~16개!! 이때부터 진짜지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몸이 가벼우니까 턱걸이가 가능한 거다. 턱걸이는 체중 40kg 대만 가능하다.’ 라는 말을 듣고, 중량 턱걸이를 시작했습니다. 가벼울수록 턱걸이가 유리하다는 말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내 체중 50kg에 10kg 중량을 달고 하니 60kg까진 체중 핑계 대지 말라는 세상 쓸모없고 유치한 소모전까지 펼쳤습니다. 대략적으로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때쯤 간헐적으로 이마에도 핏줄이 섰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이마 핏대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턱걸이 18개 이상!!


체중이 운동 시작 하기 전인 3년 전과 같아졌습니다.
하지만 체중은 같지만 체지방률이 13%가 줄어든 상태입니다. 네. 상체가 근육으로 덮인거지요.
 
시시적절하게 턱걸이 이벤트가 많이 생기면서 대회와 이벤트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아이들 장난감통에 있는 내 메달들


이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네, 저 턱걸이 잘합니다. 제가 턱걸이하는 아줌마입니다”
 

아무나 못한다고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했으니까요.


이 글에 나오는 사진은 전부 제 사진이며 등장인물 또한 저임을 밝힙니다.

궁금한거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정성껏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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